“고장난 농기계는 모두 모였거라! 우리가 달려간다”
농기계 수호천사···양평농업기술센터 농업기계순회수리팀
<르포>
유난히도 길고도 추웠던 겨울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 생명이 꿈틀대는 춘삼월.
따스한 봄기운은 이제 농부의 마음을 재촉하고 있다.
3월19일. 봄기운이 완연한 청운면 용두3리 마을회관 앞마당. ‘농업기계순회정비교육’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커다란 차량과 함께, 그 앞에는 경운기며 이앙기며 예초기등 농기계가 늘어선 가운데, 4명의 건장한 사람들은 아직은 어지간한 몸놀림에는 땀이 나지 않을 듯한 날씨임에도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힌 채, 무언가를 뚫어지게 들여다보고, 만지고, 때리고, 뜯어내고, 끼우고, 닦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종식 양평군의회부의장이 청운면 용두3리 마을회관 앞마당 농기계이동수리 정비현장에서 농업기계팀장과 농부들이 담소하고 있다.
이와 함께 농기계를 끌고나온 머리가 희끗한 초로의 농부들이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바로 양평농업기술센터(소장 김대수) 농업기계팀(팀장 이광섭) 전문기술자들이다.
이들은 벌써 9시에 이곳에 도착해 수리를 필요로 하는 농기계를 맞이하고 있다.
이학명(70, 용두2리) 농부는 20년 된 경운기와 15년된 이앙기를 끌고 나왔다.
이씨로부터 경운기의 상태설명을 들은 이광섭팁장은 알았다는 듯 경운기를 요리조리 살펴보더니 찌그러진 경운기 앞부분 카바부터 뜯어냈다. 이어서 전구를 새것으로 갈아 끼웠다.
머리 부분이 충격을 받은 터에, 나사구멍이 뒤틀려 새 카바를 끼워도 제대로 맞지 않았다. 다시 카바를 떼어내고 망치로 때리고 치고를 반복하기를 수십여 차례. 드디어 나사구멍이 제위치를 찾았다. 이어서 새 카바가 끼워졌다. 경운기는 나이를 많이 먹은지라 손볼 곳이 한 두군데가 아니었다.
조양클러치와 밋션, 연료계통을 차례로 정비했다.
이앙기 역시 노후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모가 일정하게 논에 꽂을 수 있도록 가이드역할을 해주는 고무로 된 부분이 낡아 이를 교체했다. 그리고 모탑재 판을 교환하고 엔진시동불량에 의한 정비점검을 했다.
드디어 시운전. 경쾌하게 시동이 걸린다.
농부 이씨의 경운기와 이앙기는 이렇게 4시간여에 걸쳐 부품을 교체하고 정비를 통해 다시 쌩쌩하게 태어났다. 농부 이 씨는 “고맙습니다. 수고했습니다.”를 연발한다.
오늘 이씨가 농기계수리비로 낸 비용은 총 16만원. 농기계수리팀은 부품을 사온 값 그대로인 부품 값만 받는다. 공임비는 공짜다. 시중에서 이 같은 정비를 한다면 30만원은 족히 줘야 한다고 귀띔한다.
경운기를 운전하다 농부가 사망하는 사고를 우리는 매스컴에서 종종 목격하고 있다. 따라서 양평군 농업기술센타에서는 농업인의 야간 안전운행을 위해 경운기 뒷부분에 야광안전표지판을 일일이 부착해주고 있다.
사온 값 그대로 부품 값만 받고 공임은 공짜
농부들, 이렇게 좋을 수가···“고맙습니다” 연발 
농업기계팀 이광섭팀장이 경운기를 수리하고 있다.
양평농기계 순회수리팀은 농번기와 혹한기를 제외한 5개월에 걸쳐 50여차례 순회수리를 실시하고 있다. 12개 읍·면 중 양평읍은 제외된다. 농업기술센타가 양평읍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지난 5일 강상면 세월리에서 첫 번째 순회수리가 실시되었으며, 이달에는 오는 27일 개군면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이날 청운면 순회수리에는 이종식 양평군의회 부의장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아침에 양평으로 향하던 중에 평소에 보이지 않던 광경에 들렀다는 것이다. 이 부의장은 “농기계순회수리를 맡고 있는 농기계전문기술자들이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에 의원으로서 “챙겨보겠다”고 농업기계팀에 힘을 보탠다. 역시 주민의 대표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 팀장은 오늘은 다른 순회수리에 비해서 농기계가 적게 나온 날이란다. 많은 곳은 30여대를 수리를 하는 날도 있어 밤 8시 9시까지 불을 켜놓고 수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오늘은 경운기 12대, 이앙기 4대 관리기 2대 예초기 5대, 트랙타 1대등 총 24대를 정비 수리했다. 작업은 오후 6시에 완료됐다.
3.5톤 이동정비차량에는 동양농기계를 비롯한 5대 농기계메이커의 경운기를 비롯한 이앙기, 예초기 등 수백가지의 부품이 가득 실려 있다. 경운기 몇 대 정도는 조립할 부품을 갖추고 있다는 것.
가로 세로 8미터에 이르는 전천후 가림막은 비가 오면 비가림으로, 더운 여름에는 햇볕 차광막으로 사용할 수 있어,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고 농기계를 수리할 수 있다.
농기계 정비를 시작한지 2시간여가 흐른 11시 30분경. 김대수 기술센타 소장이 현장을 찾았다. “진즉 찾으려 했으나, 일이 발생해 찾지 못하고 오늘에야 올 들어 처음으로 농기계이동수리현장을 찾았다.”는 것. 그러면서 오늘 점심은 김소장이 점심을 쏜단다. 이에 농업기계팀은 당근 환영.
“제가 관리자가 되다 보니 농기계수리를 담당하고 있는 이들의 노고를 새삼 알 수 있게 되었다.”면서 “농사가 잘되면 그 성과가 사무직들의 공과로 돌아가는 일이 많은데, 따지고 보면 농사를 짓는 도구가 시원찮으면 어떻게 농사를 잘 지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농업기계수리팀의 숨은 공로를 인정했다.
농업기계순회수리 전문기술자 정규직 아닌 계약직
안정적으로 일에 전념할 수 있게 대책 마련해야···
현재 농업기계수리를 담당하고 있는 전문기술자들은 총 3명으로 이들은 이곳 기술센터로 오기 전에는 각 대리점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농업기계전문기술자들이다. 최상만(41), 윤석완(40), 김희창(36)씨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순회정비 시, 1조 3명으로 움직인다.
이 팀장은 “자동차는 수요가 많아 자동차정비는 기능인력이 많이 배출되고 있는데 반해, 농업기계 기능인력은 양성이 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밝히면서 “국가에서 농업기계정비 인력양성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현재 농업기계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농업기계수리 정비인력은 계약직으로 되어 있어, 이들이 사명감을 갖고 안정적으로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규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농업기계팀의 전찬운 농업기계임대사업담당은 농업기계임대사업관리와 함께 사무실에서 농업기계이동수리팀의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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