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활동의 핵심기능은 집행부에 대한 행정사무감사, 군정질문, 예산안 심의 등이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의정활동은 의정평가의 잣대로, 의원들은 유권자로부터 다면적인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의원들을 감시하고 비판하고 격려하는 것은 유권자인 지역주민들의 몫이다. 그렇기에 의원은 유권자 앞에 서면 작아지는 게 현실이다. 또한 유권자인 지역주민들은 의원들로 하여금 자유로운 의정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보호하는 것도 유권자인 지역주민들의 몫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12일과 17일의 청운면 지역주민들의 집단적인 항의방문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통해서 나온 발언을 두고, 그것도 단정적으로 못 박은 발언 이 아님에도, 그렇게까지 집단적으로 방문해 해당의원을 불러내 사과를 하라고 윽박(?)지르면 어떻게 정상적인 의정활동이 이뤄지겠는가!
국회에는 이러한 의원들의 자유로운 의정활동과 제도적으로 신분을 보장하고 보호하기 위해 국회의원의 면책특권과 한걸음 더 나이가 불체포 특권까지 부여하고 있다. 면책특권은 말 그대로 국회의원의 발언권에 대한 면책이 주어지는 것으로, 정기국회와 임시국회에서 국회의원이 발언한 내용에 대해서 책임을 묻지 않으며, 면책특권에 따라 법적인 처벌도 받지 않는다.
불체포 특권은 국회의원이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도 국회의 회기 중에는 체포가 불가능하다. 국회의원이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의 우려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도 국회 본회의가 열리고 있는 기간에는 경찰이나 검찰이 함부로 체포할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국회의원들에게 이 같은 특권을 부여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맘껏 소신껏’ 의정활동을 펼치라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박현일의원과 송요찬의원은 지난 12일, 50여명의 청운면 주민들의 집단항의방문을 받고 사과를 해야만 했다.
문제의 발언은 이렇다. 박의원은 지난 5일 행정사무감사 질의에서 청소년수련원과 오커빌리지를 거론하면서 건물을 지은 지 16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부실은 물론 매각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고··· 오커빌리지 역시 지은 지 2년밖에 안되었는데 부실이 드러나고··· 이번에는 청운 생태산촌마을을 거론하면서 4년밖에 되지 않은 생태마을도 역시 부실투성이로 올해도 이미 2억4천만원을 들여 보수를 했다. 활성화도 안 되고··· (이런 현실에서) 공사실명제를 도입할 것을 강조했다. 이어서 박의원은 질의 말미에 송요찬의원과 사석에서 나눈 대화를 인용 발언했다. “송요찬의원이 좋은 제안을 하셨습니다. 생태산촌마을이 마모가 되고 수명이 다하면 10년쯤 후에 주위에 민가도 없어 화장장으로서의 좋은 입지조건을 갖췄다.”고 발언한 게 화근이 된 것.
17일에는 청운면 지역발전 저해시설 이전 및 설치 발언 반대 대책추진위원회(위원장 민대식)와 지역 기관·단체장 등 20여명은 17일 홍정석 도의원을 만나 강력 항의했다.
이들은 홍 의원이 지난 2일 도의회 정례회 5분 발언에서 “청운면 신론·도원리에 위치한 공격헬기사격장(비승사격장)이 면적(340만평)도 훨씬 넓고(양평읍 대전차포사격장 면적의 3배), 주변에 민가나 기타 시설물 등이 많지 않은 만큼 추가로 부지를 매입, 이곳으로 양평읍에 위치한 대전차포사격장을 이전하면 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었다”고 한 발언에 대해 즉시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홍 의원은 “이 사안이 재검토할 여지가 없어진 만큼,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다”고 답변하면서도 “(앞으로 두번 다시 거론하지 않겠다고 말한 만큼)사과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통해 한 발언을 두고, 지역주민들이 일일이 문제를 삼으면서 집단적으로 방문해 의원들에게 사과를 요구하면 어떻게 정상적인 의정활동이 이뤄지겠는가!
솔직히 말해서 표를 먹고 사는 의원들이 유권자인 지역주민들의 입맛에 거슬리는 얘기를 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박수를 쳐 주어야 할 일이 아닌가? 하필이면 우리 동네라서인가?
지역주민들의 입맛에 맞는 발언만 하고, 인기발언을 하는 의원들을 우리는 증오한다. 반면에 욕을 먹더라고 거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소신 있는 발언을 하는 의원을 우리는 선호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는 의정활동의 위축을 가져오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이 같은 집단적인 항의방문은 지역주민을 위해서도 우리가 뽑은 의원을 위해서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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