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칼럼> 그대가 즐거운데 어찌 내가 즐겁지 않을쏜가!
늦은 감이 없지 않은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 지인의 권유로 다시금 책가방을 들고 사회복지를 접한 지가 벌써 7년째다. 피상적이고 담장너머로만 생각하던 사회복지를 그 속에서 이론적으로나마 다양한 사회복지를 접하는 계기가 되었다.
여세를 몰아 2007년에는 양평군이 2회째 실시한 호스피스교육에 참여해 수료증도 받았다. 그러나 교육만 받으면 무엇하랴. 장롱에서 고이 잠자고 있는 것을···
문영숙 양평호스피스회장님을 뵐 때마다 “저도 앞으로는 호스피스활동에 동참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리기를 수차례, 그러나 이 같은 약속은 보란 듯이 무산되기 일쑤였다. 그러다 올 2월부터 약속을 지키게 되었다. 그야말로 수 년만에 실천에 옮기게 된 것이다.
호스피스란 말기 암 환자나 죽음을 앞둔 환자가 평안한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위안과 안락을 베푸는 봉사활동을 의미하며 또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처음에는 욕심이 앞선 나머지 일주일에 한 번씩 나가곤 했으나, 1주일에 한 번은 도저히 불가한 현실이었다. 마음을 고쳐먹고 한 달에 두 번씩 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꼬박꼬박 지키기가 쉽지 않다.
호스피스봉사 중에서도 레크리에이션에 참여하고 있다. 봉사(?)가 있는 날이면 기타하나 둘러메고 집을 나선다. 양서면 복포리에 위치한 A요양병원이다. 어느새 어르신들은 휠체어에, 의자에, 빙 둘러 앉아 호스피스가족들을 기다리고 계신다. A요양병원은 봉사가 없는 날에도 며칠마다 한 번씩 찾는 곳이다. 올해 9학년1반(?)인 어머니가 이곳에 사시기 때문이다. 벌써 3년째다.
손을 꼭 부여잡고 혹은 부둥켜안으며 환한 얼굴로 어르신들과 서로 인사를 나눈다. 봉사가 있는 날이면 문영숙회장님을 비롯해서 5~6명의 호스피스가족들이 어르신들의 시중을 든다.
레크리에이션은 간단한 게임과 동요, 호스피스가족들의 장기와 그리고 어르신들이 소시적에 좋아하시는 노래들로 채워진다. 레크리에이션시간은 오전10시부터 11시까지 이어지는데, 끝날 무렵에는 어김없이 어르신들의 흥이 최고조에 이른다. 여기저기서 경쟁하듯 노래가 튀어나온다. 일이 이쯤 되면 그야말로 어느 노래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적당히 제재를 하지 않으면 점심시간도 훌쩍 넘길 기세다.
봉사랄 것도 없이 잠시 시간을 내어 어르신들과 함께 어울리노라면, 이렇게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데 어찌 덩달아 즐겁지 않을쏜가! 그러나 호스피스가족들도 이제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음시간을 기약할 차례다.
아니, 그런데 지난번까지만 해도 환한 얼굴로 박수를 치며 노래를 부르셨던 김 할머니의 얼굴이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 믿고 싶지 않지만, 그냥 앞에 버티고 있는 무거운 현실이다. 그사이에 돌아가신 것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보내드려야 하는데··· 그러나 눈가에는 어느새 뜨거운 이슬이 맺힌다.
잠시 눈을 돌려 주위를 돌아보자. 새삼스럽게 세상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힘들어하고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우리가 내민 조그만 손길에 너무도 반가워하고 즐거워한다. 그렇기에 우리가 그들에게 좀 더 가까이 손을 내밀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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